책 제목 : 희망
저자 : 양귀자
'희망'
희망이라는 단어를 다시 곱씹어보니 겉으로 보았을 땐 긍정의 단어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마냥 좋지만은 않은 단어였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행복한 사람들은 희망을 부르짖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희망은 기대입니다. 현실과는 다른, 저마다의 크기로 이루어진 상상이 실현되길 기대하는 것이 희망입니다. 자식이 잘 자라길, 형제가 무탈하길 바라는 소박한 희망부터 부자가 되길, 인연이 되길, 병이 낫기를 바라는 큰 희망까지 다양합니다. 기대가 형성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희망을 하는 순간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희망 자체가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희망은 좋은 감정만 주지 않습니다. 희망이 이뤄졌을 때 짜릿하고 달지만, 사라졌을 때는 하염없이 무너지게 됩니다. 인간의 뇌는 보상보다 고통을 더 민감하게 느끼도록 설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희망이 이뤄졌을 때의 기쁨은 생각보다 짧고, 무너졌을 때의 아픔은 기쁨보다 길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대의 크기가 커질수록 따라오는 아픔도 더욱 커집니다. 잔인하죠? 기대를 하면 아플 수 있는 것이, 희망하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
기대에 있어 가장 아픈 고통을 주는 기대는 사람에 대한 기대인 것 같습니다. 그나마 스스로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은 덜 아플 수 있습니다. 자기 합리화라는 치료제가 있기 때문이죠. 본인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면 자기 합리화 약으로 치료뿐 아니라 오히려 성장할 수도 있습니다. 기대를 했던 이유와 이룰 수 없었던 이유를 돌이켜보며 잘못된 행동을 개선하겠다는 다짐을 영양분으로 삼으면 됩니다.
그러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기대했다가 무너졌을 때는 자기 합리화라는 치료제가 잘 들지 않습니다.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야', '우리는 이렇게 될 운명이었나 보지'라고 생각하다가도 배신감, 상실감, 후회 등 복합적인 감정이 뒤이어 따라옵니다. 시간이 약이라고 하지만 시간은 약이라기보다 진통제에 가깝습니다. 치료가 아니라 무뎌지게 하는 것이죠. 아픔은 사라질 수 있어도 감정은 무뎌지지 않습니다. 감정은 결국 씁쓸함, 공허함 등의 다른 모습으로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하게 됩니다.
이렇게 위험한데 다른 사람에게 기대가 생기는 이유는 뭘까요? 기대를 계속 저버리지만 그래도 계속 기대하게 되는데 왜 그럴까요? 사람에게 기대할 때는 지금 내가 힘들 때, 아니면 그 사람이 좋을 때 이렇게 두 가지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두 가지의 경우, 희망의 시선은 똑같이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머물지만 목적이 다릅니다.
내가 힘들 때 생기는 희망의 목적은 자신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걸어 자신의 힘든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것이죠. 희망의 결과가 나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나의 감정이 상대방에 의해 좌지우지되기 쉽습니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대방이 행동해야 기분이 좋아지고 그렇지 않으면 힘들어집니다. 내 희망이 이뤄질 수 있게 나에게 쏟을 노력을 다른 사람에게 쏟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상대방을 더 옥죄게 되어 상대방도 지치게 됩니다. 희망은 욕심이 되고, 욕심은 커집니다. 커진 욕심은 줄어들기 힘들고 거품처럼 커지다 결국 꺼지게 됩니다.
그 사람이 좋아 생기는 희망은 크기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내 희망에 크게 연연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희망에 다다를 수 있도록 감정을 쏟지 않고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자신이 도움이 된다면 자신의 희생을 개의치 않아 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정도가 심해지면 위험해집니다. 상대방이 좋아서 생겼던 희망은 나를 지치게 할 수 있고 결국 내가 힘들어져 생기는 희망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그래서 희망은 조심히 다뤄야 합니다. 희망이 가진 힘은 크기에 비해 세기 때문에 함부로 하면 자신을 집어삼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희망의 아픔을 겪었을지라도 희망 자체를 버리면 안 됩니다. 희망 하나가 나를 배신했다고 모든 희망이 나를 배신할 것이라는 생각은 틀린 생각입니다. 아직 자신을 움직이게 하고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소중한 희망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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